문화미디어전공 18학번 조형호 학생의 대외활동

‘부평문화재단 씬 메이커스(Scene Makers)’

[사진 1. 씬 메이커스 프로젝트 포스터]

 군입대 때문에 Y’s Gap을 그만두고 군 전역을 하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기간이 흘렀다. 문화미디어전공을 살릴 만한 활동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때 평소에 즐겨보던 매거진을 통해서 대외활동을 찾게 되었다. ‘서브컬처’의 씬이 어떻게 생겨나는지와 그 씬을 만들고 소동을 일으켜보자는 문구의 “씬 메이커스(청년 문화콘텐츠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를 접하게 된 나는 이 활동이 나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원신청서에는 나를 기죽이게 만드는 기재란들이 너무 많았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군 전역을 하기까지, 나는 남에게 스펙이라고 자신감 있게 소개할 만한 것이 없었다. 자신감이 없어서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잠시 “뭐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이 지배적이어서 무작정 지원하게 되었다. 믿기지 않게도 정말 원했던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대외활동은 6번의 강의, 그리고 4번의 필드 스터디로 진행되었으며 활동 참여자들에게 ‘서브컬처’에 대한 개념을 교육했다. 대학에서는 문화를 이론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대외활동은 나를 현장으로 이끌었다. 실제로 이태원의 클럽에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홍대에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도 활동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전부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가보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나에게 한국의 문화들은 ‘알고 있는 미지’였다. 문화의 현장을 몸소 느끼면서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나에게 다가왔다. 서브컬처라는 것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함이 나의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결국 책임감이었기에 한편으론 설레기도 했다. 코로나로 한동안 무기력했던 나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끊임없이 분발했던 나는 최대한 활동에서 제공하는 기회들을 전부 붙잡겠다는 생각으로 활동들에 참여했다. 부평에서 진행했던 ‘언더시티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회사인 ALPS가 운영하는 ‘잔다리 페스티벌’과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낯선 활동들을 전부 혼자 참여했기에 그 현장이 불편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활동들을 통해서 서브컬처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접했다. 특히 철원에서 진행했던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서는 자원봉사자(PEACE MAKER)로서 참여했는데 무대 하나하나를 즐기는 모습들이 예술문화가 갖는 영향력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줬다.

 활동들을 즐기면서 점점 “씬 메이커스”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프로젝트를 감독해주시는 멘토님으로부터 서브컬처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서 듣게 되었는데 많은 얘기 중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주체성’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주체성’은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씬 메이커스는 결국 이 마지막 프로젝트를 위해 3개월이란 긴 기간 동안 교육을 제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고 결국 “좋아하는데 왜 안 해?”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게 된다.

                                                             [사진2. 좋아하는데 왜 안 해? 전시 현장]

 “좋아하는데 왜 안 해?” 이 질문은 이미 즐기고 있는 자들이 즐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질문으로서 대외활동을 하면서 즐기고 있지 못하는 나를 관통하는 말이었다. 사실 이 제목은 나의 영상 기획 중 나온 아이디어로 “좋아하는데 왜 안 해? 그런데 그걸 왜 해?”에서 뽑아왔다. 영상을 통해서 어느 한 문화를 즐기는 자와 그 문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의 그 사이 어딘가에 나는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재외국민으로서 해외에 거주할 때도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어딘가에 존재했고 한국에서는 한국인과 이방인 사이 무언가가 나라고 생각했다. 외줄을 타는 듯한 이 모습을 영상에 담고자 했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고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멘토님의 말에 제목이 “좋아하는데 왜 안 해?”로 결정되었다. 프로젝트는 부평구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부평 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되었고 11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되었다. 아주 짧게 진행되었지만, 전시 준비에서는 멘토님의 손이 닿지 않았고 팀원 모두 개인적인 ‘주체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의 배치 또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완성되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비록 조촐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전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좋은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번 대외활동은 나와 내 주변 환경을 되돌아보는 좋은 활동이었다. 한국 남자들에게 공통으로 군 전역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서 대학 생활의 분기점을 맞이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나의 또래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거창하지 않아도 돼. 좋아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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